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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기장

왜 난 예전같지 않을까...?

탓치 .


어젯 밤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적어볼까해요.


지난 밤, 유튜브에서 인디 밴드, 여자 밴드곡 등의 키워드로 음악을 검색하고 있었어요. 올해 밴드곡을 정해야 하니까, 추천할 곡이 있을까, 좋은 곡이 있을까 찾고 있었죠. 그런데 한참동안 찾아도 마땅한 게 나오지 않는거에요. 그 많은 곡들이 다 싫었다는 게 아니라 우리 밴드랑은 어울리지 않아서... 어떤 곡은 듣기엔 좋은데 연주하기엔 너무 심심해서 재미 없을 거 같고, 어떤 곡은 우리 보컬과 색깔이 다르고,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좀 지쳤다는 걸 핑계로 딴짓을 하기 시작했죠. 네이버에 들어가서 뉴스도 훑고(뱀다리긴 하지만, 옛날 네이버 메인이 더 좋았어요.), 다음 웹툰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작품도 감상하고, 친구 블로그에 들어가서 새로운 글 있는지 확인해보고, 페이스북을 열어 담벼락 한 가득 차지한 고양이 사진, 귀여운 동영상들 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라구요.


더 이상 할만한 게 없어 멍, 하니 앉아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뭘 한거지 싶더라구요. 오해할까 싶어 미리 얘기하는데, 이렇게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거에 대해 자괴감, 혹은 그 비슷한 걸 느끼는 건 에전에 졸업했어요. (또 뱀다리에요. 한 문장에 벌써 '거'가 세 개나 들어갔네요. 전 왜 이렇게 글을 못 쓸까요.. 어휘력..) 다만 또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허탈함이 밀려들어왔어요.


어떤 선배에게 블로그 얘기를 하니, 자신이 평소에 쓰던 글을 왜 공유할 생각을 못 했었는지 모르겠다며 엄청 들뜬 표정으로 얘길 하더라구요. 무슨 글을 써야겠다, 무슨 방향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 블로그 이름은 뭐로 할까 등등. 그 파릇한 열정에 저도 괜시리 들떠서 그 자리에선 당장 글을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거든요? 그런데 글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는데 전 또 다른 일에 시선을 빼앗겨 시간을 보낸거죠.


아깝잖아요.


분명 예전엔 이렇지 않았어요. 방 불은 끄고 스탠드만 켜놓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을 때, 분명 그 땐 저의 관심이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땐 저에 대해 많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그 친구가 싫은데 대체 왜 싫은 감정이 드는 건지, 마음 속에서 가끔씩 울컥울컥 치미는 이 느낌이 뭔지 아직 모르고 생소하니까 그 감정에 집중했던 거죠. 지금은 다 아니까 더 이상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거였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까지 될 수 있는지 경계 확인이 끝난 상태거든요. 작은 카페 책상에 나 자신과 마주 앉아 그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거에요. 많이 싸우고, 이해를 구하던 시간들이 지나, 이제 반쯤은 납득하고 반쯤은 포기한 채로 뒤돌아 나온거죠. 카페 책상에 마주 앉아 있던 그 녀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겠지만, 이제는 그 녀석을 찾으러 가지 않아요.


왜 난 예전같지 않을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불과 일 년 전 얘기죠. 예전의 나는 좀더 감성적이고, 좀더 세심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보통 이런 질문이 나오면 사는 데 지쳐서 그렇다, 새로운 경험이 줄고 안정을 추구해서 그렇다, 이런 대답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제 경우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던거죠. 그렇게 어제, 갑자기, 마음 한켠에 밀어두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시간을 좀 내 보았어요. 머리 주위에서 빙빙 부유해대는 문장들을 낚아 내어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찍어내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 본 거죠. 주위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귀를 닫고,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하고 자판 위에 손을 놀리고 있어요. 좋은 시간이네요. 저, 지금 살짝 미소짓고 있어요.


앞으로 또 이런 시간을 갖게 될까요? 의식적으로 혼자 있자, 맘 먹지 않는 한 힘들 것 같아요. 밀린 예능도 봐야하고, 밴드 회의도 해야 하고, 다음 주 감전녀 글도 써야하고, 블로그 글감도 찾아봐야하고... 그래도 가끔은 바쁜 일 다 제쳐두고 저랑 대화를 나눠봐야겠어요. 카페에 혼자 남은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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