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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기장

응팔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많이 부럽습니다

탓치 .


여러분, 응답하라 1988, 많이들 보셨나요?


전 처음에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시작할 자신이 없어서 일부러 억지로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재밌다, 재밌다 너무들 난리인거에요. 그래서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그러는지 궁금해서 중간에 한 화를 봤는데... 그게 시작으로 마지막 화까지 다 봤답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보니 응답하라 1988 마지막 비하인드 영상이란 제목의 영상이 있어 봤습니다. 연기자들 모두 드라마의 배역에 푹 빠져 있는 게 그들의 눈동자만 봐도 보였어요. 다들 끝나는 게 아쉽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좋았다고, 덕선을 잊지 말라고, 자신들을 잊지 말라고 카메라를 보며 부탁하더군요. 영상의 마지막에서 덕선의 언니인 보라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눈물을 쏟고, 결국 더 큰 울음이 터져 바닥에 엎드려 펑펑 우는 모습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배우들도 울고, 서로 달래고... 이 모습이 저는 왜 이렇게 부러울까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일이든 취미로 시작된 작은 공연이든 간에,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열정과 시간과 땀을 쏟아낸다는 건 그만큼 마음을 써야하고 몸을 혹사시켜야 하니까요. 자신이 얼마나 그 일에 마음을 쏟아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일의 마침표를 찍을 때라고 생각해요. 쉼없이 달려오던 잰 발걸음을 멈추고 드디어 뒤돌아 서서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쳐다봤을 때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학생 때 연극부에 들어가 연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꽤 큰 무대였던 걸로 기억해요. 연습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준비하다가 다투기도 참 많이 다퉜었죠. 짙은 분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외워두었던 대사를 무대 위에서 모두 털어내고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마침내 배우들의 커튼콜까지 끝난 뒤 관객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와 모두가 축제같았던 바로 그 때, 전 그 때 처음으로 군중 속의 고독이란 걸 느꼈어요. 끝났다는 게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실감이 안난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정말, 연극이 끝난 게, 아무렇지 않은거에요. 주위를 둘러보면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눈물을 훔치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수고했다, 힘 내주었다, 격려하기 바쁜데, 전 그 밝은 조명 밑에서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축하하는 친구들에게 기계적인 웃음만 짓고 있었죠. 그 때의 덤덤하던 모습은 지금 와선 오싹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군중 속의 고독. 정말 혼자라는 게 그렇게 피부로 와닿았던 적은 그 때가 처음인 것 같네요.


그래서 응답하라1988 마지막 비하인드 영상의 배우들이 그렇게 부러운 건지 몰라요. 영상을 보면서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걸 보면. 지금 전 어떤 것에 열정을 갖고 있는 걸까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을 때, 잘했다, 수고했다 제 자신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요?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왈칵 쏟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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